랭크게임에서 내 진짜 티어까지 얼마나 걸릴까?

새 계정으로 랭크게임을 시작하면 첫 판은 대부분 다 이깁니다. 시작 점수가 1000점인데 진짜 실력은 1600점이라면, 나와 비슷한 점수의 상대를 만나도 실력 차이가 600점이라 이길 확률이 약 97%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쉬운 승리가 몇 판이나 이어져야 내 실력에 맞는 티어에 도착하는지가 궁금하실 겁니다. 가상 플레이어를 K값 네 가지(16, 24, 32, 48)마다 4만 5천 명씩 돌려서 판수를 직접 세어봤습니다. 아래에서 확인해보시죠.

계산은 최대한 단순하게 잡았다

플레이어는 시작 1000점, 진짜 실력 1600점입니다. 매 판 상대는 내 현재 점수와 같은 실력인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영문 위키백과의 Elo rating system 항목에는 기대 점수가 밑 10, 척도 400인 로지스틱 곡선이고 점수 갱신량은 K×(실제 결과−기대 점수)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식을 그대로 코드에 옮겨보았는데요. 상대가 늘 내 점수와 같으니 기대 점수는 0.5로 고정되고, 이기면 K/2점이 오르고 지면 K/2점이 내려가게 됩니다. 진짜 실력과의 차이가 클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서, 처음에는 거의 매판 오릅니다.

1500점까지 62판이었다

진짜 실력 100점 이내(1500점)에 처음 닿는 판수를 K=24 기준으로 세어보니 중앙값이 62판이었고, 90%는 78판 안에 도착했는데요. 실력 50점 이내(1550점)까지는 중앙값 76판이 걸리더라고요. 서로 다른 시드 세 번을 돌려도 이 값은 그대로였습니다. 초반 승률이 97%라서 운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 1000점 플레이어의 K값별 레이팅 상승과 도달 판수 비교

K=16은 95판(90% 기준 115판), K=32는 46판(62판), K=48은 29판(39판)이 걸렸습니다. 한 판에 주고받는 점수가 클수록 도착이 빠른 건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곡선이 위로 갈수록 눕는 이유도 계산으로 체크됐습니다.

K=24일 때 첫 판의 기대 상승폭은 약 11점인데, 1500점 부근에서는 이길 확률이 64%로 내려가서 한 판에 평균 3.4점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1500점까지가 62판이면 나머지 100점은 다시 십수 판이 더 걸립니다. 흥미로웠던 건 속도보다 그 대가였어요.

빨리 올라가면 더 많이 흔들린다

500판 이후에 레이팅이 진짜 실력 주변에서 얼마나 출렁이는지도 재봤는데요. 표준편차는 K=16에서 37.5점, K=24에서 46점, K=32에서 53점, K=48에서 66점이었습니다.

진짜 실력 ±100점 안에 체류한 시간의 비율로 보면 99.2%, 97.4%, 92.9%, 90.2%입니다. K=24에서는 진짜 실력이 1600점으로 고정인데도 점수의 95%가 대략 1520점에서 1700점 사이를 오갔죠. 한 사람의 레이팅은 한 점이 아니라 폭 180점쯤 되는 띠더라고요.

FIDE는 신규 선수에게 K=40을 주다가 30경기가 지나면 20으로 낮추고, 2400점 이상이면 10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위키백과 같은 항목에 나옵니다. 처음에 크게 움직이고 나중에 조용해지는 이유가 이 표에서 그대로 보였죠.

직접 돌려본 입장에서는 K를 크게 잡아 빨리 도착시키는 일이 공짜가 아니라고 봅니다. K=16에서 K=48로 올리자 도착 시간은 95판에서 29판으로 약 3분의 1이 됐고, 도착한 뒤의 흔들림은 37.5점에서 66점으로 약 1.75배가 됐다.

출발점이 가까우면 훨씬 빠르다

600점 차이는 꽤 극단적인 출발이라서, 시작 점수를 바꿔서도 돌려봤습니다. K=24에서 1300점에서 출발하면 1500점까지 중앙값 31판, 1450점에서 출발하면 11판이었죠. 올라야 할 점수가 500점, 200점, 50점으로 줄어드는 만큼 판수도 62판, 31판, 11판으로 감소했습니다.

실제 랭크는 더 오래 걸린다

이 결과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상대가 항상 내 점수와 같은 실력이고, 1대1 승패이고, 실력이 고정이라는 가정을 깔았는데요. 팀 게임에서는 한 판의 운이 섞이고, 팀운이 끼어들면 점수가 실력을 따라가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이 차이는 팀운 때문에 못 올라간다는 말이 맞는지 5대5로 따로 돌려본 글에 정리해 뒀는데, 거기서는 실력이 200점 차이 나는 두 사람의 순서가 100판을 치른 뒤에도 24.1%는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62판은 도착이 빨라야 이 정도라는 하한선에 가깝죠. 이 글에서 측정한 건 결국 점수가 진짜 실력 근처에 처음 닿는 시점이었고, 거기에 도착한 뒤에도 내 티어는 한 점이 아니라 띠로 남았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