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게임에서 팀운 때문에 못 올라간다는 말은 맞을까?

“내 실력은 상위권인데 팀운이 나빠서 티어가 안 오른다.”는 말은 랭크게임 커뮤니티에서 가장 오래된 단골 주제인데요. 이 글은 그 말이 어느 정도까지 맞는지를 가상 플레이어 3만 명에게 랭크게임을 1,000판씩 돌려서 따져본 기록입니다.

팀운이 한 판에 얼마나 큰 변수인지, 판수가 쌓이면 그 영향이 어디로 사라는지, 실력 상위 5%도 승률이 왜 50%에 머무는지 그리고 “내가 더 잘하는데 쟤가 더 높다”는 억울함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팀운 탓”이라는 주장

이 현상에는 이미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영문 위키백과의 엘로 지옥 항목은 이 말을 개별 경기의 질이 나쁜 매칭 구간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 경기는 대체로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팀 호흡에 좌우되기 때문에 실력이 있어도 꾸준히 이기기 어렵다는 설명이 붙습니다.

엘로라는 이름은 체스 레이팅 제도에서 왔고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퍼진 뒤 비슷한 랭크 제도를 쓰는 다른 게임으로 번졌다는 내용도 같은 항목에 있습니다.

이 항목은 현상이 실제로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고 밝히면서 일부 게임 개발자는 인지 편향이 만든 착각으로 본다는 점도 덧붙입니다. 주장을 뜯어보면 뼈대는 두개입니다. 한판의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팀원에게 크게 좌우된다는 것, 그래서 실력이 높아도 제 티어에 도달하지 못한 채 갇힌다는 것입니다. 앞쪽은 맞을 가능성이 높고 뒤쪽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두 주장을 따로 떼어 숫자로 가렸습니다.

가상 플레이어 3만 명을 만들었다

실험 설계는 이러합니다. 플레이어 3만 명에게 평균 1,500점, 표준편차 250점인 정규 분포에서 숨은 실력을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이 값은 게임이 직접 볼 수 없는 진짜 실력이고 승패는 오직 이 값으로만 정해집니다. 눈에 보이는 레이팅은 전원 1,500점에서 동일하게 출발시켰습니다.

한 라운드에 모든 플레이어가 한 판씩 뛰게 되는데 현재 레이팅에 30점 안팎의 무작위 오차를 더해 줄을 세운 뒤 10명씩 끊어서 한 판의 참가자를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점수끼리 모이되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 실제 매칭이 하는 일과 닮은 방식입니다. 10명은 무작위로 5명씩 갈려 두 팀이 되고, 팀 실력은 다섯 명의 숨은 실력 평균입니다.

승리 확률은 두 팀 평균 실력의 차이를 엘로 공식, 즉 400점 차이를 승률 10배 차이로 바꾸는 식에 넣어 구했습니다. 판이 끝나면 팀 평균 레이팅으로 기대 승률을 구하고 실제 결과와의 차이에 24를 곱한 점수만큼 레이팅을 올리거나 내렸습니다. 이 라운드를 1,000번 반복했으니 플레이어당 1,000판 전체로는 3,000만 판이 돌았습니다. 관찰 대상은 숨은 실력 상위 5%인 1,500명이었습니다. 이들의 숨은 실력은 최소 1,908점, 평균 2,012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500점 넘게 높았습니다. 이 사람들이 제 위치까지 올라가는지 올라가는 길에서 팀운이 얼마나 발목을 잡는지가 질문의 핵심이었습니다.

한 판의 팀운은 정말 크다

먼저 팀운을 숫자로 정의해야 했습니다. 한 판마다 내 팀원 4명의 평균 실력에서 상대 팀 5명의 평균 실력을 뺀 값을 팀운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이너스면 내 팀원이 상대보다 약했다는 뜻입니다. 이 값이 판마다 얼마나 흔들리는지 재보니 표준편차가 160점이었습니다. 전체 판의 26.7%에서 내 팀원 평균이 상대 팀 평균보다 100점 넘게 낮았습니다. 네 판에 한 판 꼴이었죠.

팀원 평균이 100점 낮으면 내가 평균이라도 쳐도 팀 전체로는 80점쯤 밀리는 셈이고, 이때 상대 팀의 승률은 61%에 달합니다. 그러니 한 판 한 판 놓고 보면 “팀운이 나빴다”는 말은 지어낸 변명이 아니었습니다.

내 실력과 상관없이 승패를 흔드는 요인이 실제로 컸고 아무리 잘해도 한 판에서 질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숨은 실력 상위 5%라고 해도 평범한 팀원과 평범한 상대를 만났을 때의 이론상 승률은 약 64%에 그쳤습니다. 평균 512점의 격차를 5명 팀으로 나누면 한 판에서 내 몫으로 잡히는 차이가 약 102점이기 때문입니다.

상위 5%는 이렇게 올라갔다

그렇다면 실력자는 이런 불운 속에서 어디까지 올라갔을까요? 상위 5% 1,500명의 티어 위치를 판수별로 따라갔습니다. 티어 위치는 3만 명을 레이팅 순으로 세웠을 때 몇 번째 백분위인지로 쟀고 100에 가까울수록 최상위입니다. 25판이 지난 시점에 이들의 가운데 값은 86.7번째 백분위였고 9.7%는 아직 전체의 하위 절반에 있었습니다. 50판이 되자 가운데 값은 91.4 하위 절반에 남은 비율은 4.5%로 줄었습니다.

100판 시점에는 하위 절반 잔류가 1.0%, 상위 10% 안에 든 비율이 66.9%였습니다. 같은 설정에서 시드만 바꿔서 세 번 더 돌렸을 때 100판 시점의 하위 절반 잔류는 0.5%에서 0.9%사이였습니다. 1,000판이 되면 92.7%가 상위 10%에, 71.8%가 상위 5%에 들어갔고 가운데 값은 97.2번째 백분위에 닿았습니다. 개별 궤적을 그려보면 일부는 초반에 한참 하위권을 맴돌다가 가파르게 치솟았고 일부는 고점 근처에서 오래 출렁였습니다. 그러나 100판을 넘기자 하위 절반에 남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력 상위 5% 플레이어 1500명의 판수별 티어 위치와 순서 역전 비율

팀운은 평균으로 돌아온다

한 판의 팀운은 컸는데 100판이 지나면 왜 아무도 갇혀 있지 않았을까요? 팀운이 한 번 정해지는 사건이 아니라 판마다 새로 뽑히는 무작위 값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마다 첫 100판의 팀운을 평균 내서 사람들 사이에 흩어진 정도를 재보니 표준 편차가 13.6점이었습니다. 한 판일 때의 160점이 12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상위 5%, 1500명 가운데 첫 100판 평균 팀운이 마이너스 50점보다 나빴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시드를 바꿔 세 번 다시 재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한 판에서는 네 판에 한 판꼴로 100점 넘게 불리해도 그 불운이 100판 내내 한쪽으로만 쌓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팀운이 나빴다”는 기억이 남는건 자연스럽습니다. 불리했던 판은 오래 기억에 남고 유리했던 판은 쉽게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연패의 기억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승률이 정확히 50%인 플레이어도 100판을 뛰면 7연패 이상을 한 번은 겪을 확률이 31.7%라는 점은 승률 50%인 플레이어가 100판 동안 겪는 연패 분포를 따로 다룬 글에서 확인했습니다. 그 숫자를 알고 나면 팀운이 한쪽으로만 쌓인다는 느낌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지 짐작이 갑니다.

실제로 2023년에 한 연구팀이 리그 오브 레전드 랭크 플레이어 267명을 설문하고 라이언 API 기록을 대조했는데 낮은 티어일수록 자기 실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패배의 원인을 팀원이나 운 같은 바깥 요인에서 찾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높은 티어의 플레이어는 노력과 전략같은 안쪽 요인으로 설명하는 편이었죠. 연구를 소개한 글은 엘로 지옥이 실제 매칭 구조보다 승패를 해석하는 방식과 더 깊이 얽혀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실력자의 승률이 53%인 이유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의아한 숫자가 하나 더 나왔는데요. 상위 5% 1,500명의 첫 100판 승률은 58.5%였는데 1,000판 전체로 평균을 내면 53.3%로 내려앉았습니다.

시드를 바꿔도 53.25%에서 53.27% 사이였습니다. 평균보다 500점 넘게 높은 실력자가 1,000판 동안 겨우 53%를 이겼다는 말입니다. 이유는 올라갈수록 매칭이 비슷한 점수끼리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평균 수준의 팀원과 상대를 만나 승리하는 일이 많지만, 점수가 오르면 팀원도 상대도 함께 강해져서 승률이 50%에 가까워집니다. 라이엇 게임즈 개발자 블로그의 2018년 2월 26일 글에서 개발자 한 명이 한 설명도 같은 방향인데요.

레이팅이 오를수록 주변 팀원의 실력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남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같은 글은 승급 직전에 유난히 약한 팀원과 엮이는 경험은 대부분 우연일 가능성이 높고 특정 플레이어를 약한 팀원과 묶거나 강한 상대와 붙이는 기능은 없다고도 안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자의 말을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조작 없이도 같은 현상이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실력자의 승률이 50%대에 머무는 것은 억울한 사건이 아니라 매칭이 설계대로 돌아간다는 신호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순서는 뒤집힌다

그렇다고 억울함이 전부 착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숨은 실력이 200점 차이 나는 두 플레이어를 짝 찌어 실력이 높은 쪽이 오히려 레이팅이 낮은 쌍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봤습니다. 200점은 표준편차의 0.8배쯤이라 아주 큰 격차는 아니어도 분명히 눈에 띄는 차이입니다.

이런 쌍을 38,325개 뽑아 판수별로 비교해봤습니다. 25판 시점에는 36.4%가 뒤집혀 있었죠. 50판에서는 30.9%, 100판에서는 24.1%, 200판에서 17.3%, 500판에서 9.9%로 줄었고, 1000판이 되어도 5.5%는 여전히 뒤집혀 있었습니다.

격차를 100점으로 좁히면 100판 시점에 36.2%, 1000판 시점에도 21.4%였습니다. 사견이지만 이 글에서 가장 불편한 숫자는 100판 뒤의 24.1%였습니다. 실력이 200점이나 높은데도 티어가 낮은 경우가 네 쌍 중 한 쌍꼴이라면 “내가 더 잘하는데”라는 억울함이 근거 없는 착각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억울함의 정체는 팀운이 한쪽으로 쌓인 데 있지 않았습니다.

레이팅이 숨은 실력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진짜 이유였습니다. 레이팅과 숨은 실력의 상관계수는 100판 시점에 0.89, 1000판 시점에 0.94였습니다. 판수가 쌓일수록 점수는 실력을 정확히 반영하지만 시즌 초반이나 수십 판 단위로 보면 실력과 티어가 어긋나 있는 편이 오히려 정상이었습니다.

가정이 달라지면 생기는 일

이 결과는 몇 가지 가정 위에서 나왔으므로 한계를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한 명이 팀 승률에 미치는 영향을 팀 평균의 5분의 1로 잡았습니다. 실제 게임에서는 한 명의 역할이 이보다 클 수 있어서 영향을 두배로 키운 버전도 따로 돌렸습니다.

영향이 두배가 되자 실력자는 훨씬 빨리 올라갔습니다. 100판 시점에 상위 10% 안에 든 비율이 85.2%였고 하위 절반에 남은 비율은 0%였습니다. 순서가 뒤집힌 쌍은 100판에서 12.8%, 1000판에서 1.0%로 줄었습니다.

점수 변동 폭인 K값을 24에서 16으로 낮춘 버전은 결과가 거의 동일했습니다. 100판 시점에 상위 10%에 든 비율이 68.3%, 순서가 뒤집힌 쌍이 24.4%였습니다. 판과 판이 서로 독립이라는 가정은 연패를 다룬 앞선 글에서 쓴 것과 같습니다. 이 모델은 숨은 실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부계정이나 탈주, 팀 구성 제한, 연패로 인한 감정 변화 같은 요소가 없다고 가정했습니다. 실제 랭크 게임에서는 이런 요소가 섞여 있어서 이번 숫자가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게임의 전적 데이터도 구하지 못해서 이 시뮬레이션이 현실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한 것은 이런 요소가 전혀 없는 이상적인 조건에서도 한 판의 팀운은 크게 작용하고 순서가 뒤집히는 일도 수십 판 동안은 흔하다는 사실까지였습니다.

“팀운 탓”은 절반만 맞았다

결국 “팀운 때문에 못 올라간다”는 말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한 판에서는 맞았습니다. 팀원 평균이 상대보다 100점 넘게 낮은 판이 네 판 중 한 판꼴이었고 실력 상위 5%도 이론상 승률이 64%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그 불운이 한 방향으로만 쌓여서 실력자를 하위권에 가두는 일은 시뮬레이션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00판 평균 팀운의 흩어진 정도는 13.6점으로 줄었고 100판이 지난 시점에 상위 5%중 하위 절반에 남은 사람은 1% 안팎이었습니다. 오히려 의외였던 쪽은 올라간 뒤였는데요. 실력이 압도적이어도 매칭이 비슷한 점수끼리 이어주는 한 승률은 53%대로 수렴했습니다. 팀운이 문제라고 느껴지는 순간의 정체는 불운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만 모인 곳에서 이기는 일이 원래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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