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이 딱 50%인 플레이어가 100판을 플레이했을 때 가장 길게 이어진 연패는 중앙값이 6판이었습니다. 7연패 이상을 한 번이라도 겪은 플레이어는 열 명 중 세 명이 넘었죠.
이 포스팅은 “승률이 반반인데 왜 이렇게 길게 지냐”는 랭크게임의 단골 불만을 승패를 무작위로 20만 번 돌린 숫자로 따져본 기록입니다.
몇 판을 뛰면 몇 연패가 정상 범위인지 연패 뒤에는 정말 이길 차례가 오는 것인지 승률이 조금만 낮아도 연패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까지 읽고 나면 자기 전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됩니다.
100판이면 6연패는 평범하다
먼저 결과부터 보여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승률 50%인 플레이어 20만 명에게 각각 100판씩 승패를 줬더니 가장 길게 이어진 연패의 평균은 5.99판, 중앙값은 6판이었습니다.
전체의 81.1%가 5연패 이상을 31.7%가 7연패 이상을 4.5%가 10연패 이상을 한 번은 겪었습니다. 가장 길었던 연패가 4판에서 9판 사이에 들어온 플레이어가 92.8%였으니, 6연패든 8연패든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흔한 구간이었습니다. 연승도 완전히 같은 모양이었는데요. 같은 100판에서 가장 길었던 연승의 평균은 5.99판으로 연패와 거의 동일했습니다. 이긴 쪽과 진 쪽의 확률이 같으니 두 분포도 거울처럼 같았습니다.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만들었다
실험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한 판마다 0과 1사이의 난수를 뽑아서 0.5보다 작으면 승, 크거나 같으면 패로 기록했습니다. 이 승패 열을 100판 길이로 이어 붙인 뒤 연속된 패의 최대 길이를 쟀습니다. 이 과정을 20만 번 반복해서 분포를 만들어냈고 판수를 20, 50, 100, 200, 500, 1000으로 바꿔가면서 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이 믿을 만한지 확인하려고 별도의 정확한 계산도 돌렸는데요.
지금까지 연패가 몇 판 이어졌는지를 상태로 기억하면서 한 판씩 확률을 더해 가는 점화식으로 100판 안에 k연패 이상이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을 소수점까지 구해냈습니다.
그 값은 5연패 이상 81.01%, 7연패 이상 31.75%, 10연패 이상 4.41%였고 시뮬레이션 낸 81.1%, 31.7%, 4.5%와 소수점 첫째 자리 안팎에서 맞아떨어졌습니다. 500판에서 10연패 이상이 나올 확률도 정확한 계산으로는 21.45%, 시뮬레이션으로는 21.4%였습니다. 난수 20만 번이면 이 정도 문제에는 충분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연패는 판수가 쌓이면 온다
연패가 길어지는 가장 큰 까닭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판수가 많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수별로 가장 긴 연패의 평균을 뽑아보니 20판에서는 3.7판, 50판에서는 5.0판, 100판에서는 6.0판, 200판에서는 7.0판, 500판에서는 8.3판, 1000판에서는 9.3판이었습니다. 판수가 두배가 될 때마다 최장 연패가 대략 1판씩 늘었습니다.
50판에서 100판으로 갔을 때 0.99판, 100판에서 200판으로 갈때 0.99판, 500판에서는 1000판으로 갈 때 1.0판이 늘어나는 식입니다. 판수를 늘릴 수록 연패가 폭발적으로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길어진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7연패 이상을 겪을 확률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100판이면 31.7%, 200판이면 54.2%, 500판이면 86.4%, 1000판이면 98.2%였습니다. 시즌 내내 열심히 달린 플레이어라면 7연패를 만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드문 일이었죠.
오래전부터 알려진 규칙
이 결과는 새로 발견한 현상이 아니라 확률론에서 오래전부터 정리된 규칙과 맞아 떨어지는데요. 마크 실링이 1990년 대학수학저널에 발표한 동전 던지기 연속 앞면 분석은 가장 긴 연속 길이의 정확한 분포를 구하는 점화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연구를 인용한 보위 주립대 카렌 벤버리의 교육용 논문은 실링의 어림법으로 n번 던졌을 때 가장 긴 연속은 log₂(n/2)에 가장 가까운 정수 근처, 앞뒤로 3 정도의 폭을 가진다고 소개합니다. 같은 논문은 200번 던지면 7 안팎의 연속이 나온다는 예시도 듭니다.
100판 기준으로 log₂(50)을 계산하면 약 5.6입니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100판의 평균 최장 연패가 5.99판, 200판이 6.98판으로 나온 것과 같은 범위에 있습니다. 판수가 늘수록 최장 연패가 대략 log₂(판수)를 따라 늘어난다는 발상은 이번 그래프의 오른쪽 꺾은선이 거의 직선으로 보이는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가로축이 로그 간격이라서 직선이 곧 로그 증가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연패가 없으면 이상하다
연패가 길다고 불평하는 목소리와 정반대되는 사실도 하나 체크했습니다. 승률 50%인 플레이어의 100판 전적에서 연승이든 연패든 한 번도 4판 이상 이어지지 않았을 확률은 0.03%였습니다. 3,300명에 한 명 꼴이죠. 반대로 연승이나 연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5판 이상 이어진 플레이어는 97.2%였고 연승과 연패를 통틀어 가장 긴 구간의 중앙값은 7판이었습니다.
승패가 바뀐 횟수, 즉 연속 구간의 개수는 100판당 평균 50.5개였습니다. 승패가 짧게 번갈아 나오는 모양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제 무작위 기록은 한 번 이어지기 시작하면 7판 정도는 거뜬히 이어졌습니다. 벤버리의 논문도 학생들이 무작위 데이터를 흉내 내서 만들 때는 연속 길이를 실제보다 짧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사람이 직관으로 떠올리는 무작위는 실제보다 훨씬 고르게 섞인 모양이고 그래서 진짜 무작위 전적은 오히려 조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이길 차례”는 없다
연패가 길어지면 “이제 한 번은 이기겠지”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기대가 맞는지 승패 300만 판을 한 줄로 이어 체크했습니다. 직전 3판을 연속으로 진 뒤의 다음 판은 37만 3,173번이 나왔고 그 중 이긴 비율은 50.10%였습니다.
3연패 뒤든 5연패 뒤든 다음 판 승률은 반반 그대로였습니다. 5연패 쪽의 0.42p% 차이가 마음에 걸려서 승패 2천만 판을 시드만 바꿔 세 번 더 돌렸더니 5연패 직후의 승률은 각각 50.08%, 49.86%, 49.89%로 50% 주변에서 오르내렸습니다. 처음의 0.42p%는 표본이 적어서 생긴 흔들림이었습니다. 판과 판이 서로 독립이라면 지난 판의 결과는 다음 판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연패가 쌓인다고 승리가 빚처럼 돌아오지 않고 연승 중이라고 곧 질 차례가 다가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승률이 5%p만 낮아도
승률이 정확히 50%가 아닌 현실에서는 연패가 얼마나 달라질까요? 같은 방식으로 100판씩 20만 명을 돌리되 승률만 바꿨습니다. 승률 55%일 때 7연패 이상을 겪은 비율은 18.0%, 10연패 이상은 1.7%였습니다. 승률 60%에서는 각각 8.9%와 0.6%로 내려 갔습니다.
반대로 승률 45%에서는 7연패 이상이 49.7%로 두 명 중 한 명꼴이 됐고 10연패 이상도 10.1%였습니다. 승률 40%에서는 7연패 이상이 68.8%, 10연패 이상이 20.5%까지 치솟았습니다. 승률이 50%에서 45%로 5%p만 내려가도 7연패 이상을 겪는 비율이 31.7%에서 49.7%로 18%p나 뛴 것입니다. 승률 차이는 작아 보이더라도 연패 구간에서는 체감되는 차이가 훨씬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자기 승률이 50%라고 믿는 플레이어 중 일부는 실제로는 47~48%일 수 있고 그 작은 차이가 연패 구간을 눈에 띄게 늘립니다.
이 계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모든 판이 서로 완전히 독립이고 승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고 가정했습니다. 실제 게임에서는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같은 시간대에 같은 부류의 팀을 만나는 일이 연속될 수 있습니다. 오래 뛰어서 집중력이 흐려진 플레이어의 승률이 그날 저녁에는 정말로 낮아져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런 요인이 있는지는 이번 실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이 보여준 것은 그런 요인이 없는 이상적인 경우에도 7연패가 이미 흔한 사건이라는 사실까지였습니다. 실제 전적 기록을 모아서 이 분포와 비교하면 그런 요인이 있는지 검증해볼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 데이터를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7연패 뒤에 남는 것
처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면 이렇습니다. 승률이 50%인데 7연패를 했다면 100판에서는 세 명 중 한 명, 200판에서는 두 명 중 한 명이 이미 겪는 일이었습니다. 연패 뒤에 이길 차례가 오는 것도 아니었고 연승과 연패가 한 번도 4판을 넘지 않는 기록이 오히려 3,300명에 한 명 꼴로 드문 모양이었습니다. 연패가 길게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매칭이나 확률이 이상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이유로 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저 숫자 밖에서 찾아야 할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