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매번 “그 캐릭터 진짜 사기다(진짜 좋다)”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직감이 아니라 실제로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캡쳐하여서 특정 기술의 발동 및 후딜 프레임을 직접 측정하고 왜 특정 캐릭터가 다른 것에 비해서 더 좋게 느껴지는지 데이터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프레임 데이터란

격투 게임에서 기술 하나는 세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집니다. 첫 번째로, 버튼을 누른 후에 실제로 판정이 생기기까지 발동 프레임, 두 번째로, 판정이 유지되는 지속 프레임, 그리고 세 번째, 판정이 끝난 뒤에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의 후딜 프레임, 흔히 말하는 리커버리입니다.
여기에서 기술이 적중하거나 방어 당했을 때 상대방과 나 사이에 생기는 시간 차이(프레임 어드벤티지)가 합쳐져서 프레임 데이터라고 부릅니다. 추가로, 프레임 어드벤티지가 플러스면 내가 먼저 동작을 구사할 수 있고 마이너스라면 상대가 먼저 동작할 수 있습니다.
왜 눈으로 판단 불가할까?
시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격투 게임은 60fps로 동작하는데요. 1프레임은 16.67밀리초이며 사람의 평균적인 시각 반응 속도는 200밀리초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12프레임 이상에 해당됩니다.
발동 프레임이 5~7프레임인 기술은 이론상으로 인간이 보고 반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 사기 같다, 너무 좋다.”와 같은 말이 실제로 근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읽었다.”고 말하는 순간도 많지만, 이 경우 사실상 순간적으로 반응을 했다기보다는 상대방의 공격 패턴을 미리 예측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직접 측정한 방법
현실상에서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서 60fps로 촬영된 대전 영상을 한 프레임씩 넘겨보면서 특정 기술의 발동 시점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는데요. 특정 캐릭터가 버튼 입력 모션을 시작하는 첫 프레임을 0으로 잡고, 판정이 상대에게 닿는 프레임까지 한 장씩 세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튜브라면 재생 속도를 극한으로 낮추면 되고 쉼표와 마침표 키로 한 프레임씩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직접 녹화한 영상이라면 VLC나 곰플레이어의 프레임 단위 이동 기능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측정된 기술 A는 5프레임이었고, 비교 대상이었던 기술 B는 12프레임으로 측정되었습니다. 겨우 7프레임 차이었긴 하지만 실전에서는 체감 차이가 아주 심하였습니다.
실측 결과로 알 수 있는 것
이렇게 직접 측정한 결과는 스트리트 파이터, 길티기어 같은 시리즈의 커뮤니티가 예전부터 운영해온 공개 프레임 데이터 자료들과 대체로 일치하였습니다. 그런 자료들이 있다는 거 자체가 이 논란이 감정 싸움이 아니라 실제로 측정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확인 시켜줍니다.
발동이 비교적 빠르고 적중 시 프레임 이득까지 큰 기술은 상대방이 반격하기가 어렵게 압박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기타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특정 캐릭터가 사기(너무 좋다는 뜻)라고 부르는 데에는 근거가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게임 개발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발동이 상대적으로 빠른 기술일 수록 데미지를 약하게 만들거나 후딜을 훨씬 길게 잡는 식으로 프레임 데이터를 밸런스를 잡는 도구로 이용합니다.
한계와 유의할 점
다만 프레임을 직접 세는 방식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압축된 영상은 프레임이 미세하게 드롭될 수 있기 때문에 플러스/마이너스 1 프레임 정도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30fps로 인코딩된 영상을 잘못 기준 삼아버리면 프레임 수 자체가 절반 정도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프레임 데이터만으로는 캐릭터 전체 밸런스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히트박스와 허트박스의 실제 크기, 콤보, 데미지로 이어지는 루트를 함께 봐야 진짜 결과가 나옵니다. 발동이 빠른 스킬도 판정 범위가 매우 좁거나 후딜이 길다면 실전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레임 데이터를 실전에 사용하려면?
측정한 결과는 눈으로 확인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상대의 스킬이 나에게 막혔을 때 어드벤티지가 마이너스 3이라면 나는 상대보다 3프레임 먼저 스킬을 발동하거나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발동이 3프레임 이하인 반격 기술이 있다면 그 타이밍을 잘 맞춰서 확정적으로 반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실제로 이 계산을 알고 난 후부터는 “그냥 감으로 피하다가 스킬에 맞았다.”에서 “이 적절한 타이밍에 이 기술로 무조건 반격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계획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즉 데이터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캐릭터는 사기고 너무 좋다.”라는 느낌은 근거가 없는 불만이 아니라 인간의 평균적인 반응 속도를 넘어서는 속도의 기술이 출시되거나 사용되고 있다는 근거일 수 있습니다. 다음에 그런 캐릭터를 상대하는 순간이 온다면 감으로 섣부르게 판단하며 감정적으로 나서는 것보다는 프레임 데이터를 확보해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필자 또한 이 프레임 데이터를 알고 난 후부터 티어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으니 여러분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