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설정에서 시야각(FOV)을 90으로 맞춰 둔 채 모니터만 21:9로 바꿨다고 해 봅시다. 당연히 더 넓게 보일 것 같은데, 방식에 따라서는 위아래가 오히려 25.6%나 줄어듭니다. 가로 90도라는 숫자는 그대로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이유는 시야각이 가로와 세로, 두 개라는 데 있습니다. 화면 비율이 바뀔 때 둘 중 어느 쪽을 붙잡아 두느냐에 따라 보이는 장면이 갈리거든요.
16:9에서 가로 90도로 맞춘 화면을 21:9(3440×1440)와 32:9(5120×1440)로 옮겨 놓고 시야각을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여기에 무작위 방향 9만 1천 개를 뿌려 실제로 몇 %가 화면에 들어오는지 세고, 화면 끝에 놓은 구슬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도 재 봤습니다.
숫자부터 보면
그림 한 장에 세 가지를 다 담아보았습니다. 왼쪽 칸은 세로를 고정했을 때 가로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가운데 칸은 가로를 고정했을 때 세로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오른쪽 칸은 화면 오른쪽 끝의 구슬이 가로로 몇 배 늘어나는지를 담았죠. 아래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2:9에서 세로를 붙잡아 두면 가로가 126.9도까지 벌어지고, 가로를 붙잡아 두면 세로가 31.4도로 반토막 납니다. 같은 모니터인데 처리 방식 하나로 이만큼 다른 화면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시야각은 2개다
화면이 직사각형이니 시야에도 가로 각도와 세로 각도가 따로 있습니다. 둘은 가로세로 비율로 묶여 있고, 식으로 쓰면 tan(가로÷2) = tan(세로÷2) × 비율. 16:9에서 가로 90도라면 세로는 58.7도로 정해집니다. 이 58.7도가 계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의 비디오 게임 시야각 항목을 보면, 게임이 FOV라고만 적고 가로·세로·대각선 중 어느 쪽인지 밝히지 않아 혼란이 생긴다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와이드스크린 게이밍 포럼(WSGF)의 FOV 문서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슬라이더가 가로만 정하고 세로는 비율에 맞춰 저절로 바뀌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값 하나로 두 방향을 한꺼번에 정해 넓은 화면에서 모양이 일그러지는 게임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잡은 기준값 90도는 위키백과가 PC 게임에서 흔하다고 소개한 90~100도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늘리느냐, 자르느냐
세로를 고정하는 쪽은 Hor+라고 부르고, 위키백과는 요즘 게임에서 가장 흔한 방식으로 꼽습니다. 세로 58.7도를 그대로 두면 가로는 21:9에서 106.7도, 32:9에서 126.9도까지 늘어나죠.
그러나, 가로를 90도에 붙들어 두는 Vert-는 사정이 반대인데요. 세로가 45.4도, 31.4도로 줄어들고, 같은 거리에서 보이는 높이로 치면 25.6%와 50.0%가 사라집니다.
참, 21:9는 이름일 뿐이고 3440을 1440으로 나누면 2.389가 나옵니다. 이 실제 값으로 계산했는데, 정확히 7÷3으로 놓으면 가로가 105.4도로 1.3도쯤 달라지게 됩니다. 다만, 모니터마다 해상도가 조금씩 다르니 그 정도 오차는 감안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폭은 두 배, 각도는 36.9도
Hor+의 32:9 화면은 같은 거리의 벽을 정확히 두 배 넓게 보여 주는데요. 폭이 100% 늘었는데도 각도는 90도에서 126.9도로 36.9도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21:9에서도 마찬가지로, 폭은 34.4% 넓어졌지만 각도는 16.7도 보태졌을 뿐이었습니다.
탄젠트의 생김새 때문이지 정면에서는 1도가 담는 폭이 좁은데, 옆으로 비스듬히 갈수록 같은 1도가 훨씬 넓은 땅을 담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계산에서 직관이 가장 크게 빗나간 곳이 여기였습니다. 화면이 두 배로 넓어졌으니 시야도 두 배쯤 넓어졌겠지 싶었는데, 각도로 따지면 41%밖에 안 늘었더라고요.
가장자리가 길쭉해진다
그렇다면 늘어난 부분은 공짜일까요? 각반경 2도짜리 작은 구슬을 화면 오른쪽 끝에 놓고 투영해서 가로 길이와 세로 길이를 재봤습니다.
16:9 끝(정면에서 45도)에서는 1.42배, 21:9 끝(53.3도)에서는 1.68배, 32:9 끝(63.4도)에서는 2.24배로 가로가 늘어났죠. 정면에서 겨우 20도 벗어난 곳은 1.06배, 70도쯤 가면 2.94배까지 치솟고 말입니다.
추가로, 평평한 화면에 장면을 그리는 일반적인 방식에서는 정면에서 벗어난 각도의 코사인 값에 반비례해 늘어납니다. 동그랗던 구슬이 옆으로 퍼진 타원이 되어 버리는 거죠.
울트라와이드 양쪽 끝에서 캐릭터가 뚱뚱해 보이는 느낌의 정체가 아마 이 늘어짐일 텐데, 사람이 이걸 얼마나 거슬리게 느끼는지는 재지 못했습니다. 평평한 화면을 가정했으니 곡면 모니터나 가장자리를 보정하는 설정이 있는 게임에서는 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한계입니다.
얼마나 더 보일까
개인적으로 저는 폭이나 각도 말고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양도 궁금했는데요.
카메라 앞쪽 반구에 무작위 방향 9만 1천 개를 뿌려 화면 안에 들어오는 비율을 직접 센 결과, Hor+는 16:9의 22.3%에서 21:9의 25.5%, 32:9의 28.7%로 늘어났습니다. Vert-는 반대로 22.3%에서 17.4%, 12.2%로 줄었고. 32:9에서 가로를 붙잡아 두면 16:9의 55% 남짓만 보이더라고요.
위아래를 빼고 눈높이의 적만 따로 세면 차이가 더 뚜렷했습니다. 앞쪽 반원에 흩어진 방향 중 Hor+ 시야에 들어오는 비율이 16:9에서 49.8%, 21:9에서 59.2%, 32:9에서 70.5%. 같은 자리에 선 사람인데도 모니터에 따라 옆에서 다가오는 적이 눈에 들어오는 범위가 이만큼 달라진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다만 실제 게임이 Hor+인지 Vert-인지, 슬라이더가 어느 방향 값인지는 게임마다 다르고 직접 체크하진 못했습니다.
25.6%의 정체
글머리의 25.6%로 돌아가면, 가로 90도를 붙잡아 둔 채 21:9로 옮길 때 사라지는 몫은 세로 시야가 비율 차이만큼 깎여 나간 것이었습니다. 같은 90이라는 숫자가 가로 90이냐 세로 58.7이냐에 따라 화면 양옆과 위아래가 서로 다른 값을 치르는 구조였던 셈인 거죠. 사라진 25.6%도, 두 배로 넓어진 폭도 같은 식에서 나온 숫자였습니다. 이것들이 이번 글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