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게임에서 승리해도 점수가 조금 오르는 까닭

연승 중인데 이겨도 +12점, 한 판 지면 −28점이 찍힌 화면을 보신적이 있을텐데요. 시스템이 일부러 점수를 짜게 주는 건지, 계산상 자연스러운 일인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숨은 점수와 표시 점수가 따로 움직이는 랭크게임을 가정하고 가상 플레이어 7만 2천 명에게 1,000판씩 돌려봤습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12점은 내가 정한 가정에서 점수 격차가 100점쯤 벌어졌을 때만 나오는 숫자였고 평소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점수가 두 개라는 가정

이 글의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마다 진짜 실력이 있고(평균 1500, 표준편차 250), 눈에 안 보이는 숨은 점수가 엘로 방식(K=24)으로 실력에 맞춰 움직입니다. 숨은 점수가 실력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K값별로 몇 판 만에 진짜 실력에 닿는지 재본 글과 같은 방식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표시 점수는 기본 20점을 주고받되, 표시 점수가 숨은 점수보다 높을수록 이길 때 덜 얻고 질 때 더 잃게 했습니다. 격차 1점당 0.08점씩 조정하고, 한 판에 8~32점을 넘지 않게 묶었죠.

코칭 사이트 WeCoach의 정리에는 숨은 점수가 표시 랭크보다 낮으면 승리 때 25LP 미만, 같거나 높으면 28LP 넘게 받는다고 나옵니다. 아쉽게도 출처가 불분명한 설명이라 공식 수치로 보지는 않았고, 공개된 공식 계산식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0.08이라는 값은 계산을 돌리려고 제가 임의로 정한 가정입니다. 이 값이 결과를 좌우하는지 보기 위해서 절반인 0.04로도 같은 계산을 한 번 더 돌려 비교해봤습니다.

연승 뒤엔 정말 덜 오릅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숨은 점수, 표시 점수, 진짜 실력이 같은 상태에서 출발해 200판을 흘려보낸 뒤부터 측정해봤습니다. 직전에 졌을 때 다음 판의 승리 점수는 평균 +20.6점이었는데요. 5연승 뒤에는 +17.9점으로 줄었고, 10연승 이상이면 +15.9점, 지면 −24.1점이었다.

연승 및 연패가 길게 이어지는 일은 승률 50%인데 연패가 끊기지 않는다는 걸 숫자로 본 글에서 확인했듯 드물지가 않은데, 연승이 길어질수록 표시 점수가 숨은 점수를 앞질러서 보상이 줄어드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줄어든 폭은 예상보다 작았습니다. 표시 점수와 숨은 점수의 격차는 표준편차가 17.3점이었고, 격차가 50점을 넘은 판은 전체의 0.3%뿐이었죠. 가정을 절반(0.04)으로 낮춰도 10연승 뒤 승리 점수가 +17.8점이었어요. 시드 세 번을 바꿔도 이 값들은 소수점까지 같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글에서 가장 의외였던 숫자가 이 0.3%였습니다.

연승 횟수별 승리 및 패배 점수와 표시  점수 격차가 줄어드는 판수 그래프

격차가 150이면 +8점

그럼 +12점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표시 점수가 숨은 점수보다 100점 높은 채로 시작시켰더니 첫 판 승리가 +12점, 패배가 −28점이었어요. 150점이면 +8점과 −32점까지 벌어졌죠. 승률이 50%인데도 표시 점수는 내려간 겁니다.

격차 150에서 출발한 플레이어는 표시 점수와 진짜 실력의 차이가 평균 10판 뒤 65점, 20판 뒤 28점, 40판 뒤 5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도 실제로는 승패와 상관없이 격차를 메우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반대로 표시 점수가 숨은 점수보다 100점 낮은 채로 시작하면 이길 때 +28점, 질 때 −12점으로 뒤집혔습니다. 같은 승률 50%여도 한쪽은 오르막이 가파르고 다른 쪽은 내리막이 가파른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을 0.04로 낮추면 같은 격차 150이 20점 이내로 줄어드는 데 중앙값 39판이 걸렸어요.

모델 밖의 이야기

이 결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는 늘 내 숨은 점수와 같은 사람이고, 표시 점수를 당기는 규칙도 제가 가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에서는 처음부터 격차를 넣어줘야 큰 격차가 나왔어요. 실제 게임에서 격차가 어떤 이유로 생기는지는 이 글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이겨도 +12점이 찍힌 화면은, 모델 안에서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의 0.3%도 안 되는 위치에 있어야 나오는 숫자였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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